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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일기 2020

자가격리일기 03. 4월 7일 화요일, Day 4 (빅 피쉬, 타이탄의 도구들)

by EHhyun 2020. 4. 7.

2019, 서울

자가격리 4일째. 아직 열흘이 더 남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자가격리 하면서 마냥 쉬면 또 마냥 즐거울 것 같은데 자택근무를 하려니 고역이다. 점심시간에 해당하는 시간에 [타이탄의 도구들]을 다 읽었다. 출근하게 되었을 때도 점심시간 남는 시간이 있으면 꼭꼭 독서를 해야지. 들으면 어떤 장소나 시간이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올해 초 독서를 본격적으로 막 시작했을 때 읽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넘는 책은 아직 없다. 내가 아직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책들도 있고, 반대로 책 자체의 수준이 그를 못넘는 책들도 있을 것이다. 전자는 나를 신장시켜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후자는 마이크로에서 매크로를 찾는 느낌으로 대하면 배우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오늘은 명상도 시간을 지켜서 했지만 잡념을 다 내보내지 못한 채로 10분이 끝나버렸다.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않는 상태를 만들기 어렵다면 차라리 하나에만 집중하는 상태를 만들어봐야 겠다.

오늘의 영화: 빅 피쉬 Big Fish
내용만 본다면 특별할 것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인생은, 이야기는 위대하다는 것을 잘 표현해 준 영화였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현재와 교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은 어딘가 [포레스트 검프]를 생각나게 했지만 다른 감동이 있는 영화였다. 억지로 울리는 영화가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한 남자의, 한 아버지의 인생을 조명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아름다웠다. 누구나 영화같은 삶을 살지만 아직 편집이 안되었을 뿐이다. 주인공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허풍 섞인 이야기는 다만 편집된 버전일 뿐이라는 것을, 주인공 아들은 마지막 보내는 길에서 깨닫고 장례식에서 확인한다. 장면의 아름다움도 역시 팀 버튼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아버지의 회상 장면들에서 나타나는 괴담같고 동화같은 장면들이 아들이 아버지를 믿지 못하는 데에 신빙성을 더해주면서도 아버지의 마지막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오늘의 책: 타이탄의 도구들
1만 시간의 법칙을 뛰어넘는 61가지 도구들 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다 읽었다. 형광펜을 하도 많이 쳐놓아서 표시해 놓은 부분만 읽어도 시간이 왠만한 챕터를 읽는 것 같다. 대개는 알고 있으나 실천하지 않았던 것들이 많고, 또 그러지 말고 행동해라 라는 내용도 있었다.(물론 또 그러지 말라는 내용도!) 한 번 읽으면 앞으로 자주 돌아와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61가지 도구들을 모두 당장 실행할 수는 없다. 대신에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것,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므로써 나에게 작은 성취감을 안겨줄 수 있는 것들을 하기로 했다. 매일 아침 1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로 했다. 일단 늦잠자는 것부터 고쳐야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