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8일 일요일
아침에 샤워를 하고 익숙한 로션 뚜껑을 열어 뒤집는 순간, 로션이 다 떨어진 것을 깨닫는다. 이상하다. 첫 로션은 다 쓰는데 무척이나 오래 걸린 느낌인데, 두 번째 로션은 금방 다 써버리다니. 그것도 자카르타 그랜드 인도네시아에 있는 이니스프리에서 산 미백 로션인데... 나는 이제 어떻게 미백을 하나 고민도 잠시, 남은 로션의 영혼까지 끌어모아 바르고 새 로션을 사러 나갔다. 지금은 다르마왕사 101 호텔에서 머물고 있어서 호텔에 붙어있는 쇼핑몰에서 로션을 구할 수 있다. 몇 번이나 로션들을 들었다 놨다 고민한다. 미백.. 나에게 필요한 것은 미백이다.. 이미 너무 타버렸지만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나의 피부를 더이상 어두워지게 놔두지 않겠다.
첫 번째 로션보다 훨씬 빨리 다 써버린 두 번째 로션을 생각하면 내가 어느 정도 적응을 했구나 싶다. 처음에게는 자꾸만 의미를 두게 된다. 빠르게 지나간 것만 같은 자카르타 주재 생활의 첫 두세달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하루하루를 세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로션을 쓰는 동안 이 곳 생활이 나에게 새로운 일상이었다.
아마 세 번째 로션도 시나브로 써버릴 것이다. 하기야 용량도 더 작은걸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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