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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생활일기 2020

주재생활일기 05. 인도네시아 외국인 입국 금지령

by EHhyun 2020. 4. 1.

2019, 자카르타

3월 마지막 날, 이민청장의 발표가 공표되었다. 땅땅땅. 법정도 아니니 진짜 망치를 치지는 않았겠지만 충격은 그보다 더했다. 4월 2일 0시 부로 인도네시아는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을 거부한다. 단 KITAS나 KITAP 소지자 등 은 예외로 한다고 한다. 오늘 주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 입국이 허용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1. KITAS/KITAP (인도네시아 내 체류증) 소지자

2. 외교/관용 비자 또는 체류허가 소지자

3. 의료, 식량지원 등 인도적 목적으로 방문하는 자

4. 육로/항만/항공 수송기 종사자

5. 국가전략사업에 참여하는 외국인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입국이 허가된다. 이 조치는 코로나로 인한 혼란이 가라앉고 안전해질 때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참으로 기약없는 말이다. 나는 원래 내일 모레, 그러니까 4월 3일 비행기로 출국이 예정되어 있었다. 출국하는 건 상관 없지 않겠느냐 싶지만, 나는 KITAS를 받아 재입국을 해야한다. 그런데 비자 에이전트에 물어보니 모든 KITAS 신규 발급 절차가 중지되었다고 한다. 이제 나에게는 두가지 선택권이 있다. 하나는 억지로 체류를 연장해서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인도네시아에 남는 것, 또 하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상황이 안정되고 나서야 KITAS를 받고 들어오는 것. 

가장 힘든 부분은 선택권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다. 내가 돌아가고자 하면 돌아갈 수는 있을 것이나, 회사에서 생각하기에 공백이 길어지면 누구를 탓할 것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명상록을 읽고 있어서 다행이다. 무서울 정도로 초연한 그 책은 한 편으로는 허무하게 느껴지지만 한 편으로 이럴 때 안심이 된다. 

오늘 따라 노을이 아름답다. 터너가 그린 항구 그림에서 보이는 하늘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