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서 산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5개월이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기도 하고 여차저차하다가 아차차 하면 지나가 버릴 시간이기도 하다. (하기야 올 해가 벌써 2개월 지났다고 하면 말 다했다.)
나는 장기 출장자로 자카르타에 파견되었다. 3월에 돌아오기로 기약한 6개월짜리 출장은 올 해 말까지로 연장되었다. 첫 한 두 달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언어, 새로운 날씨, 새로운 사람들에 적응하느라 급류를 탔다. 나는 여행을 워낙 좋아하지만 자카르타는 뉴욕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 모든 명소를 다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기로 했다, 나는 감히 2020년을 유복한 유배 시기로 생각하고자 한다.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고, 잘 써서 보여주기로 했다.
올해 초 부터는 '감사일기' 를 쓰고 있다.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을 읽고나서 속는 셈치고 따라하고있다. 작은 움직임이나마 계속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일기를 쓰는 것은 즐거웠다.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차피 나만 보는 글이라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들지 않았다. 수없이 지나가는 글감을 엉망인 문장에 담기는 싫었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잘 써버릇 해야 한다. 아무 문장을 나열한다고 해서 멋진 글을 쓰는 연습이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다듬은 글들을 온라인에 쓰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일기이지만, 이 곳 생활에서 느끼는, 정리하지 않으면 손틈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는 생각들을 티스토리에 새겨 두기로 했다. 벌써 떠오는 글감이 많다. Hop-on Hop-off 버스를 타고 떠나는 글쓰기 여행, 다르마왕사 101 호텔과 끄망 맨션, 순다인 하리스, 자원공학 걸리버 여행기.. 쓰고 싶을 때, 잘 쓸 수 있을 때 글을 쓸 것이다. 이 기록들이 어떤 방향으로던 나를 성장시킬 것을 믿는다. 나의 행동이 곧 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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