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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일기 2020

자가격리일기 13. 4월 17일 금요일 (비포 선라이즈, 톨스토이 단편선)

by EHhyun 2020. 4. 18.

2018, 샌프란시스코

오늘의 영화: 비포 선라이즈
무려 1996년 작품이다. 두 남녀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비엔나에 내린 후 날이 밝아 헤어질 때까지 한나절동안 일어난 일을 100분에 아름답게 담았다. 25년 전 영화인데도 전혀 촌스럽거나 유치하지 않다. 특히 줄리 델핀이 연기한 여자주인공 셀린의 행동과 대사는 2020년에 듣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아름다운 비엔나의 밤을 배경으로 두 주인공의 대화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주인공의 대사는 청춘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한 줄 한 줄 적어서 기록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룻 밤 사이에 운명적인 사랑이 되었지만 진솔한 대화를 따라가느라 전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밤새 서로 쿨한 척하다가 결국 헤어지는 순간에 재회를 약속하는 모습이 눈물겹게 예뻤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대사들이 정말.. 아름답다.. 졸린 눈 비비며 맥주 한 잔 하고 밤 늦게 보기 시작했는게 약간 몽롱한게 영화에 몰입이 더 잘 되었다...!

내일이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인후통이 걱정되어서 진료소를 한 번 더 방문했다. 내일 결과가 나오면 아마도 음성이겠지만, 내 방으로 돌아가서 방정리를 좀 하고싶다. 이제 정말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지. 지난 시간을 조각조각 기록해 놓은 건 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은 9년이 지나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지만 나의 지금과 가까운 과거는 지나가 버리면 다시 만날 수 없으니까.